로그인
마음편지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깨달음
PADO
작지만 큰 배려
며칠 전 가족들과 동네 닭갈비집에 갔습니다. 오랜만의 외식이라 들뜬 기분으로 닭갈비 3인분을 먼저 시켰습니다. 4명이었지만 오리지널 맛을 본 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닭갈비 2~3인분을 추가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온 직원은 “사람 수대로 주문해야 합니다.”라며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가게 원칙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아, 저희가 사람 수 이상 추가로 먹을 겁니다. 정 안 되면 일단 닭갈비 1인분보다 비싼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시키겠습니다.”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은 직원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저도 오기가 생겨 왜 안 되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며 몇 마디 말이 더 오간 후, “아이고 안 되신단다. 그냥 4인분 먹자.”하고 실랑이를 마쳤습니다.직원이 돌아가자 가족들은 저에게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맘에 안 들면 나가면 되지 왜 서로 불편하게 만들어.” “아빤 왜 그래. 저 아저씨 불쌍하게...” 아내와 딸의 공격은 대충 웃음으로 때워 넘겼습니다. 이제 마지막 고비가 남았습니다. 평소에 입바른 소리 잘하는 아들이 어떤 얘기를 할지 내심 긴장이 되었습니다. 아들도 이런 제 마음을 눈치챘는지 굳은 표정으로 식사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한테 할 말 없니?” 아들은 조금 주저하더니 한마디 했습니다. “저는 아빠가 사람들한테 미움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대답을 듣는 순간,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고 조언할 방법을 고민한 아들의 선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조용히 두 팔을 벌려 아들을 안아주었습니다. “고마워. 네가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서 자랑스러워. 아빠도 다른 사람한테 미움받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게.”비로소 아들의 얼굴에 보름달처럼 환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오늘도 고마운 맘 고운 말씨로 인연마다 화한 꽃이 피게 하소서 - <성가> 92장 아침 기도 노래 중에서
2 3
균산
젖니
돌 지난 아기젖니가 난다고신기하다고 얘기하다가,“요즘 이가 흔들리는데내 이가 아기한테 가는가 보다.”말해놓고 웃었습니다.봄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진달래들 젖니 돋듯이 피어납니다. 무언가 가면무언가 오는군요.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된다는소태산 대종사님 말씀이봄 가득한 천지에 가득합니다.-균산 올림.
3 7
마음산책
깊이 느껴야
바람은 그물을 빠져나간다.잡히지 않는다.하지만,바람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잡혀준다.은혜도 그런 것 같다.깊이 느끼는 사람에게 머문다.‘은혜 입은 내역을 깊이 느끼고 알아서’라는소태산의 말씀도 그렇다.깊이 느끼는 게 먼저다.-「소태산 마음산책」
2 3
PADO
자기파괴
면역: 면할 면 免, 전염병 역 疫. 체내에 병원균이나 독소가 침입해도 항체를 만들어 발병하지 않도록 하는 현상이나 상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생명을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한 진화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면역시스템이 과잉 작동하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다지 해롭지 않은 외부 물질에 과민반응하는 ‘알레르기’나, 자기 몸에서 생성된 물질을 해롭다고 착각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는 생물학적 ‘불관용’ 기제가 작동할 때 발생합니다. ‘나 아닌 것’을 표적 삼아 적대감을 표출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됩니다. 외부의 ‘나 아닌 것’에 대한 과민반응은 ‘아나필락시스’라는 전신성 쇼크를 초래하고, 내부의 ‘나 아닌 것’에 대한 공격은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크론병, 당뇨병처럼 치료가 힘든 질환들을 유발합니다. 어느 쪽이든 '나'를 지키려다 '나'를 파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습니다. 종교가에서도 '나'에 집착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자기파괴적 병증이 종종 발견됩니다. 이 병에 걸리면 도반이나 스승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며 수시로 공격합니다. 부족한 공부심을 교법과 진리에 대한 얕은 의심으로 합리화합니다. 이 탓, 저 탓하면서 눈치만 보다 공부길을 잡지 못한 채 일생을 허비합니다. 반면, 마음의 면역체계가 건강한 수도인은 섣불리 날을 세우지 않습니다. 어지러운 외경에는 둔감으로 대응하고, 넉넉한 심경으로 자타를 관용하며, 담담하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갑니다. 우리는 이들을 ‘특신(特信)’의 공부인이라 부릅니다. ...제 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이 생각되어 제가 저를 믿고 제 허물을 용서하며 윗 스승을 함부로 비판하며 법과 진리에 호의(狐疑)를 가져서 자기 뜻에 고집하는 것이니, 이 증세는 자칫하면 그동안의 적공이 허사로 돌아가 결국 영겁 대사를 크게 그르치기 쉬우므로, 과거 불조들도 이 호의 불신증을 가장 두렵게 경계하셨나니라... - <대종경>, 부촉품 6 중에서  
3 4
균산
지금 느낌
지금, 기분이 어떤지…나를 봅니다.지금, 느낌이 어떤지…나를 봅니다.소소한 좋은 느낌, 별스럽지 않지만 좋은 기분이 참 소중합니다.지금 내 느낌,지금 내 기분이 모여서내 삶이 되겠지요.은혜를 잘 느끼면 은혜로운 삶이 될 것이고,원망을 자주하면 원망스러운 인생이 되겠지요.느낌 좋은 이 순간기분 좋은 오늘 하루가 참 귀중합니다.지금, 잠시 마음을 챙깁니다.-균산 올림.
3 6
PADO
두루 살피기
# 기(起)서울 근교 신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매일 아침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합니다. 지하철이 잘 연결되지 않는 이 지역에서 광역버스는 매우 유용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상쾌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 직장인들은 버스를 타는 순간 부아가 치밉니다. 입석까지 만원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광역버스는 속도가 빨라 입석이 금지되어 있는데 돈 욕심 때문에 승객을 마구 태우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 승(承)주민들은 입석 단속을 강화하라는 집단민원을 넣었습니다. 민원이 빗발치자 관청에서는 운수회사를 다그칩니다. 그런데 회사는 예상 밖의 반응을 보입니다. 공공버스는 승객을 많이 태운다고 해서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닐뿐더러, 기사님들도 입석 승객이 있으면 안전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입석금지에 대찬성한다는 겁니다. # 전(轉)자, 버스 입석이 금지되었습니다. 이제 주민들은 좀 더 쾌적한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을까요?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시행 첫날부터 정거장마다 난리가 났습니다. 외곽 출발지에서 이미 만석이 된 버스는 더 이상 승객을 태울 수 없었습니다. 늘 같은 시간에 나와 버스를 타던 신도시 중심부 승객들은 자리 없는 여러 대의 버스를 보내고 결국 지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입석을 허용해 달라는 울분에 찬 민원이 관청을 마비시켰습니다.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결(結)시장과 국토교통부까지 나서서 해법을 고민한 결과, 출근 시간대 2층 전기버스 5대, 전세버스 2대, 중간배차 6회 등의 증차에 합의했고, 우여곡절 끝에 주민 불편은 개선되었습니다.입석으로 승차했는데 버스가 급정거해 떼굴떼굴 구른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주의 깊지 못한 기사님과 수익에 눈이 먼 운수회사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입석 운행이 주민들 요청으로 이루어졌음을 알았을 때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세상사를 일면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의 견해와 이해에 국한되지 않고 두루 살필 수 있는 공변된 공부인이 되어야겠습니다.하루는 학인들이 각기 일방적인 의견을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함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모든 사물의 양면을 두루 살피지 못하고 하나에 집착하면 편벽되어 원만하지 못하나니, 그대들은 제 주견에 끌리지 말고 그 때 그 처소에 일의 양면을 두루 보아서 적당한 비판과 취사를 하여 나가기에 노력하라.] -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9
4 5
균산
새봄
지하철에서 나와구청 앞을 걷는데파란 잎들이 쑥 하고 올라왔네요.두껍게 덮은 짚단을 뚫고.신기해서 사진에 담고 있으니지나던 노부부도 다가와 사진을 찍으며새싹에게 연신 칭찬을 합니다.“아이구, 잘했다, 잘했다!”“아이구, 잘 나왔네, 잘 나왔어!”마치 어린아이에게 하듯이….새싹만큼이나 그분들 마음이 파랗고 예뻐 보였습니다.기억을 되감아 보니새싹들은 분명 튤립일 것인데며칠 뒤에 가서 다시 봐야죠.봄입니다.무언가를 새로 보고 싶은.-균산 올림.
3 5
균산
자유와 은혜의 문
‘진공묘유의 수행문’으로마음의 자유, ‘인과보응의 신앙문’으로죄복의 자유, ‘유무초월의 생사문’으로생사의 자유,‘참회문’으로과거로부터 자유를….열고 들어가든 밀고 나오든 내 자유.이 문이 묘한 것은나올 때면 은혜 가득하다는 것.이름이 여럿이어도사실, 하나의 문(〇)이라는 것이다.-「소태산 마음산책」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