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

일상에 숨어있는 작은 깨달음과 마음 이야기

무아 속의 ‘나’

PADO

직장 동료 A씨가 업무차 협력사에 들렀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왔는데도 으슬으슬해 외투를 입은 채 일을 보았습니다.


잠시 후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회사가 왜 이렇게 추워요? 난방 시설이 고장 났나 봐요?”


직원은 쭈뼛거리다가 조심스럽게 한마디 합니다.

“상무님, 혹시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지요?”


A씨는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 어리둥절했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모든 직원이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가운데 홀로 자신만이 외투를 입고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A씨가 새벽에 조깅할 때 한기를 느꼈는데 그게 몸살을 불러온 모양입니다.


이렇게 오온(五蘊)으로 구성된 ‘나’는 주관적으로 세상을 인식합니다.

실제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내’가 추우면 추운 것이라니, 무아론(無我論)이 나올 법합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주관 밖 진실의 세계’를 추구하는 의지적 흐름도 나타납니다.

이 믿음이 강해지면 비아론(非我論)이나 진아론(眞我論)에 천착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존재하는가?’ 이 고전적 물음에 저는 이런 대답을 해봅니다.

 

“집착을 버리고 원만구족 지공무사한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지혜와 실행,

바로 그 순간들 속에서 참 ‘나’는 엄연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반야심경은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이라는 조견 법문에서 그 공부의 강령이 다 드러났다 할 것이니, 조견이란 사량 분별이 아닌 자성의 광명으로 반조하는 것이요, 어느 상에도 주착함이 없이 원만 구족하고 지공 무사하게 직관함인 바... 관하고 각하고 행하는 공부를 잘 조화하여 익숙해지면 조견 공부를 마쳐 일체의 고액을 건너게 되나니라.” - <정산종사법어>, 경의편 43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