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
자기파괴
면역: 면할 면 免, 전염병 역 疫. 체내에 병원균이나 독소가 침입해도 항체를 만들어 발병하지 않도록 하는 현상이나 상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생명을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한 진화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면역시스템이 과잉 작동하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다지 해롭지 않은 외부 물질에 과민반응하는 ‘알레르기’나, 자기 몸에서 생성된 물질을 해롭다고 착각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는 생물학적 ‘불관용’ 기제가 작동할 때 발생합니다. ‘나 아닌 것’을 표적 삼아 적대감을 표출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됩니다. 외부의 ‘나 아닌 것’에 대한 과민반응은 ‘아나필락시스’라는 전신성 쇼크를 초래하고, 내부의 ‘나 아닌 것’에 대한 공격은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크론병, 당뇨병처럼 치료가 힘든 질환들을 유발합니다. 어느 쪽이든 '나'를 지키려다 '나'를 파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습니다. 종교가에서도 '나'에 집착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자기파괴적 병증이 종종 발견됩니다. 이 병에 걸리면 도반이나 스승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며 수시로 공격합니다. 부족한 공부심을 교법과 진리에 대한 얕은 의심으로 합리화합니다. 이 탓, 저 탓하면서 눈치만 보다 공부길을 잡지 못한 채 일생을 허비합니다. 반면, 마음의 면역체계가 건강한 수도인은 섣불리 날을 세우지 않습니다. 어지러운 외경에는 둔감으로 대응하고, 넉넉한 심경으로 자타를 관용하며, 담담하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갑니다. 우리는 이들을 ‘특신(特信)’의 공부인이라 부릅니다. ...제 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이 생각되어 제가 저를 믿고 제 허물을 용서하며 윗 스승을 함부로 비판하며 법과 진리에 호의(狐疑)를 가져서 자기 뜻에 고집하는 것이니, 이 증세는 자칫하면 그동안의 적공이 허사로 돌아가 결국 영겁 대사를 크게 그르치기 쉬우므로, 과거 불조들도 이 호의 불신증을 가장 두렵게 경계하셨나니라... - <대종경>, 부촉품 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