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제게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에게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존재만으로도 고마우니 괜찮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무언가 압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고마울 수 있는 대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은의 존재가 그렇겠습니다.
생명을 부여하고 인간으로 사는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은은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니까요.
절대적인 은혜에 대한 당연한 감사겠지요.
일상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은혜를 입을 때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서로 주고받는 마음을 저울질하는 저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혹은 덜 받은 듯해 서운하고, 혹은 덜 준 듯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때입니다.
서운한 마음은 상으로 가득 찬 마음이겠고,
미안한 마음 역시 온전히 감사하지 못한 채
최선을 다해 보은 하지 못한 못난 마음이겠지요.
원만구족하지 못하고 찌그러진 형상이 떠오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맙다.”라는 친구의 말은
상대의 존재가 나를 둘러싼 소우주를 구성하는,
나의 존재 역시 가능하게 하는 역학적 요인임을 알고
그 모두의 본래 자리를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은혜의 경중을 따지는 계산기를 버리고
순간순간 감사 자체에 일심을 다 하는 공부를 할 때임을 깨닫습니다.
_수레바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