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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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회사 앞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베이글을 주문했습니다.

  두 손에 음식을 들고 회사 빌딩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막 문이 닫히려는 데 누군가 옆에서 뛰어왔습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모른 척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뛰어온 노력이 민망해질까 싶어 열림 버튼을 눌렀습니다.

  부서도 이름도 잘 모르는 우리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어정쩡한 관계의 두 사람이 폐쇄된 공간에 있으니 어색하더군요.

  멀뚱히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보다 슬쩍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이스만 먹다가 오늘 처음으로 따뜻한 커피를 샀네요.” 


  그분도 어색한 침묵이 불편했던지,

  반가운 얼굴로 얼른 한마디 거듭니다.

  “네,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동시에 인사가 오갔습니다.

  아침부터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사람은 스몰토크(small talk)에 약하다는 비판을 듣습니다.

  하지만 ‘무관심’이 배려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뭐가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아무리 문자와 SNS로 소통하는 시대라 해도,

  상대의 숨결을 느끼며 건네는 말 한마디,

  공감을 기대하며 전하는 ‘작은 이야기’의 가치는 퇴색할 수 없습니다.

  

  퇴근길, 막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알 듯 모를 듯한 또 다른 우리 회사 직원이 서 있습니다.

  “추석이 금방이네요. 환절기가 사라졌어요.”

  “벌써요? 엊그제 여름휴가 다녀왔는데... ㅎㅎㅎ”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스몰토크는 확실히 넉살 좋게 대면으로 해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 덕치의 교화는 곧 인정과 덕화로 교화함이니, 모든 인심을 잘 파악하여 개인 개인의 세정을 잘 보살펴 주며 촉 없는 마음으로 대중을 두루 포섭 교화함이요... - <정산종사법어>, 경륜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