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유명(生死有命)

PADO


  어젯밤 서울시청 앞 교통사고로 여러분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들은 시청, 은행, 병원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들이었습니다.

  망자들도, 유족들도 황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운명은 바꿀 수 없습니다. 정업은 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만물의 존재 원리, ‘인과보응되는 이치’입니다. 

  그저 업이 켜켜이 쌓이지 않도록 덜어낼 뿐입니다.


  망자는 고혼(孤魂)이 어린 중음의 시청(屍廳)에서,

  유족은 죄업을 자인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세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방향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슬픔의 승화와 떠난 이의 천도(薦度)가 간절한 이 순간,

  생사고락에 착을 떼고, 해탈의 길을 여는 바른 법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뜨거운 감정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점심을 미루고 회사 옆 익숙한 거리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추모의 꽃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심고를 모시고 돌아오는 길은 허허했습니다.

   


대산 종사, 교통사고로 사망한 영가의 유족에게 말씀하시기를 「그 시간에 그곳에 있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 하겠지만 그것은 안 될 말이라, 성현들은 생사를 자유로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넘길 수 있지만 중생들은 그럴 수가 없나니, 자식을 잃은 슬픔도 크겠지만 이제 영가의 완전한 해탈 천도를 위해 정성을 들이라. 영가는 가족들의 정성 여부를 모두 알고 있지만 힘이 없어 떠나지 못하는 것이므로 49일 동안 정신적으로 기원하고 물질적으로 불공하며 축원해 주어야 완전한 해탈 천도를 받을 수 있느니라.」 - <대산종사법어>, 거래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