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PADO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용기 없다’는 질책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어린 시절 한 ‘여사친’이 그러더군요.

“지금까지 니가 사랑 고백을 안 한 건 ‘용기’가 없어서야.”

하지만 전 한 번도 그 친구를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 아내한테서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아내가 집을 산다고 할 때 저는 주저했고, 그 사이 집값이 올라 버렸습니다.

기회를 놓친 아내는 “무슨 남자가 그렇게 용기가 없냐”며 타박을 하더군요.

우리는 종종 상대가 내 뜻대로 하지 않을 때 ‘용기’가 없다고 비난합니다.

저는 마음 없이 고백할 ‘용기’를 내지 않아 지금의 아내를 얻었고,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 ‘용기’를 내지 않아 고금리 시대에 이자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앞뒤 안 가리고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 음식을 조절하고 매일 성실하게 운동하는 ‘용기’

굳어진 생각과 경험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용기’

어려운 처지에서도 꿋꿋한 심지로 대의와 정의를 지켜내는 ‘용기’

용기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자 무기입니다.

용맹에 세 가지가 있나니, 일의 선후를 알지 못하고 완력만 주장하는 것은 만용(蠻勇)이요, 정의를 세우기 위하여 불의를 치는 것은 의용(義勇)이요, 외유내강으로 정당한 뜻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은 도용(道勇)이니라.

-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