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
‘책 속에 길이 있다.’
오랜 세월 중독자처럼 책을 읽었습니다.
삶은 고달파도 벽면 가득한 책을 보면 뿌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여가(餘暇),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밤 시간도, 휴일도 대부분 책을 읽고 정리하며 보냈습니다.
우연히 삶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책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관성 때문인지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문득, 습관처럼 책을 붙들고 있는 저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까닭 없이 끌려다니면 ‘집착’이라 했던가요.
미련 없이 수십 년 모아온 책들을 묶어 내놓았습니다.
책이 쌓여있던 자리는 작은 노트북과 볼펜 달린 메모장이 차지했고,
책을 읽던 시간은 가족, 지인들과의 대화로 채워졌습니다.
책이 없어도 할 일은 많았고, 그 속에서 생활의 균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얻고 싶었던 건 보편적 사유의 힘,
다시 말해, 빛나는 안목과 명징한 통찰력이었습니다.
근데 그 길이 책에만 있진 않았습니다.
대소유무 시비이해로 펼쳐지는 현실경전
천만경계 천만방편이 작렬하는 마음경전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살아있는 은혜경전
이젠 보이지 않는 경전들을 보며 나를 맑히는 공부에 매진해야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근기 따라 읽게 하는 세 가지 경전을 설하시었나니, 첫째는 지묵으로 기록된 경전들이요, 둘째는 삼라만상으로 나열되어 있는 현실의 경전이요, 셋째는 우리 자성에 본래 구족한 무형의 경전이라, 지묵의 경전보다 현실의 경전이 더욱 큰 경전이요 현실의 경전보다 무형의 경전이 더욱 근본되는 경전이니라. -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52 중에서
PADO
‘책 속에 길이 있다.’
오랜 세월 중독자처럼 책을 읽었습니다.
삶은 고달파도 벽면 가득한 책을 보면 뿌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여가(餘暇),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밤 시간도, 휴일도 대부분 책을 읽고 정리하며 보냈습니다.
우연히 삶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책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관성 때문인지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문득, 습관처럼 책을 붙들고 있는 저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까닭 없이 끌려다니면 ‘집착’이라 했던가요.
미련 없이 수십 년 모아온 책들을 묶어 내놓았습니다.
책이 쌓여있던 자리는 작은 노트북과 볼펜 달린 메모장이 차지했고,
책을 읽던 시간은 가족, 지인들과의 대화로 채워졌습니다.
책이 없어도 할 일은 많았고, 그 속에서 생활의 균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얻고 싶었던 건 보편적 사유의 힘,
다시 말해, 빛나는 안목과 명징한 통찰력이었습니다.
근데 그 길이 책에만 있진 않았습니다.
대소유무 시비이해로 펼쳐지는 현실경전
천만경계 천만방편이 작렬하는 마음경전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살아있는 은혜경전
이젠 보이지 않는 경전들을 보며 나를 맑히는 공부에 매진해야겠습니다.